도종환 -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애플은 신중하게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2006년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는 모방품이 결코 원래의 제품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엘비스 프레슬리를 흉내 내는 연예인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은 사실상 완벽한 모방 기업이다. 과거 애플의 CEO를 지냈던 존 스컬리는 매킨토시 기술 중 상당 부분이 애플 건물 내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38p) 


오데드 센카 지음, 이진원 옮김 '카피캣 copycats - 오리진을 뛰어넘는 창조적 모방의 기술' 중에서 (청림출판)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커다란 화제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이 현지시각으로 24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5건을 고의적으로 침해했다며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결정했지요. 애플의 일방적인 승리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의 칼럼리스트 크리스 오브라이언은 “이번 평결로 애플은 업계의 혁신기업이자 업계 리더라는 점을 인정받았고, 삼성전자는 카피캣(Copycat,모방꾼)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애플=혁신기업', '삼성=카피캣'이라는 등식이 퍼지면서 삼성의 이미지가 크게 떨어졌다는 얘깁니다. 국내에서도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혁신기업'과 '모방'이라는 개념은 사실 좀 복잡합니다. 무의식적으로 혁신을 높게 평가하고 모방은 낮게 평가하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애플은 예전부터 삼성을 '카피캣'이라고 부르면서 특허침해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는 매킨토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잇따라 내놓은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지요.
그러나 애플이야말로 사실 '모방기업'입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창조적인 모방가', '혁신적인 모방가', 그래서 '성공한 모방가'가 된 기업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매킨토시의 비주얼 인터페이스이지요. 그것은 복사기 회사인 제록스의 팔로알토연구소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애플은 혁신 기업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애플이 가진 진짜 기술은 자체 아이디어와 외부에서 얻은 기술을 함께 묶어서 우아한 소프트웨어와 멋진 디자인으로 조합해내는 데 있다."

저자는 모방전략이야말로 현실적으로 효율적인 신제품 출시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모방과 혁신을 흑백논리로 보지 말고, 서로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만든 화이트캐슬을 모방해 성공한 맥도날드와, 신용카드를 만든 다이너스클럽을 모방해 성공한 비자나 마스터카드처럼 되라는 의미입니다.

"좋은 예술가는 (그대로) 복사(copy)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도용(steal)한다."
예전에 경제노트에서 소개해드렸던 피카소의 말입니다.

삼성과 애플의 미국 특허소송 배심원 판결이 내려진 지금, 우리 경제노트 가족들이 '혁신'과 '모방'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모방만하는 카피캣에게는 당연히 미래가 없습니다. 그러나 모방의 긍정적인 힘을 외면해서도 안됩니다. 삼성이건 애플이건, 아니면 개인이건, 앞선 이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소화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모방가'가 결국 승리합니다.
예병일의 경제노트 8월 27일